# 독일인 슈미트 씨(43)는 최근 창업자금이 필요해 거주지인 뮌헨에 있는 스파르카센을 방문해 상담을 받고 1시간여 만에 2만유로를 대출받았다. 스파르카센은 우리로 따지면 새마을금고나 신협 같은 서민금융기관이다. 대출받을 때는 집이나 토지 같은 담보나 각서도 필요 없었다. 스파르카센은 슈미트 씨 아버지 때부터 거래했고, 담당자는 `슈미트 씨 집에 숟가락이 몇 개 있는지`도 안다. 제시한 대출금리는 연 2.96% 에 불과했다.
# 김덕정 씨(49) 역시 창업자금 마련을 위해 A은행 지점을 찾았다. 10년 남짓 월급통장을 맡겨온 은행이지만 말을 꺼내자마자 담보를 요구했다. 제2금융권으로 발을 돌렸으나 역시 담보 없이는 불가능하다고 거절당한 김씨는 결국 대부업체로 갔다.
독일 저축성 은행예금 금리는 연 1%, 한국은 연 3% 수준이다. 수신금리 차는 2%포인트에 불과한데 금융 약자인 서민이 체감하는 `은행 문턱` 차이는 금리 30%에 달할 정도로 크다. 국내 금융산업은 1997년 외환위기 이후 공룡처럼 거대해졌다. 규모의 경제나 글로벌 경쟁력 측면에서는 향상됐다. 그러나 고객들은 찬밥 신세로 전락했다.
과점 구도 안에서 자사 이기주의와 강력한 노조 보호 안으로 함몰된 금융권은 지나치게 공급자 위주로 운영되고 있다.
실제 고객 신용을 파악해 대출을 해주는 은행 본해 기능은 크게 퇴화했다. 국내 시중은행은 주택대출과 일반대출을 포함해 담보대출 비중이 80%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반면 독일에서는 2012년 10월 기준 일반대출 중 담보대출 비중은 7.6%, 주택대출 중 담보대출 비중은 47.6%로 평균 담보대출이 37.6%에 이른다.
글로벌 뱅크를 지향하면서 전당포처럼 담보를 잡아야 돈을 내주는 점은 국내 은행의 한계라는 지적이다.
매일경제신문이 금융 전문가 106명을 대상으로 심층 설문조사를 벌인 결과 이들은 새 정권이 가장 역점을 두고 추진해야 할 이슈 중 하나로 서민금융 개선과 중소기업 금융을 꼽았다. 특히 "금융정책 실패로 사회 양극화와 서민층이 붕괴됐다"는 응답이 많았다.
서민을 중산층으로 발전시키는 서민금융 해법으로는 `지역 밀착형 금융기관 육성`을 가장 많이 선택했다.
금산 분리나 IB 육성, 정책금융, 지배구조 문제보다 더 중요하다고 보는 전문가가 대다수다.
최공필 금융연구원 자문위원은 "돈을 빌려쓴 고객들은 난관을 겪고 있고, 돈을 빌려준 은행들은 부자가 된 상황"이라며 "철저하게 체리피킹(이익 향유)하고 위기가 닥치면 세금으로 도움을 받는 금융기관을 고객을 위한 경영으로 바꿔놓을 때"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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